휴대전화 넣고 '철컹'…'도파민 디톡스'를 아시나요 [여기잇슈]

입력 2023-12-28 20:00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휴대전화는 옆에 있는 상자에 넣어주세요."

28일 오전 11시께 찾은 서울 강남의 한 북카페, 직원의 요구에 손님들은 순순히 스마트폰을 상자에 집어넣었다. 카페 초입에 세워진 안내문에는 '이용 시간 동안 '디지털 디톡스'를 한 번만 경험해 보세요. 신기한 경험을 하시게 될 겁니다'라고 적혀있다. 이어 '휴대전화와 타자 소리 없이 영감을 받는 공간'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디지털 디톡스는 '행복', '쾌감 호르몬'으로 알려진 도파민을 줄여나가기 위해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의 사용 시간을 줄이고자 하는 행위를 뜻한다. 이 카페는 휴대전화를 반납하게 한 뒤 오직 독서 등에 몰입하게 만드는 콘셉트를 내세운 곳으로, '휴대폰 감금 카페', '도파민 디톡스 성지'로도 불린다. 이날 만난 손님들 모두 책 읽기에 집중하고 있었고, 테이블 어디에도 전자기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말소리라곤 음료 주문대에서 오가는 몇 마디가 전부였다.

자극적인 내용과 숏폼 콘텐츠가 유행하면서 '도파민 중독'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반복되는 과잉 자극에 피로감을 전하며 이른바 '도파민 디톡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키워드 분석 사이트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한달간 온라인상에서 도파민 디톡스 언급량은 전년 동기 대비 552.17% 뛰었다.

도파민 중독을 우려하는 분위기 속에 도파민 디톡스를 돕는 공간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날 찾은 북카페도 평일 오전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오픈 1시간 만에 좌석 중 절반가량이 차 있었다. 이곳을 찾는 연령층은 20~30대가 대부분이지만, 40~50대로 보이는 사람들도 여럿이었다.

이 카페는 올해 5월부터 방문객들의 휴대폰을 제출하도록 규칙을 정했다고 한다. 한 직원은 "처음 규칙을 바꿨을 때만 해도 카페에 손님이 별로 없었는데, 도파민 디톡스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영향인지 하반기 들어서는 오픈하고 얼마 안 지나서 바로 만석이 될 만큼 손님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오픈 시간에 맞춰 카페를 방문했다는 직장인 박모 씨(28)는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해 현대인들이 도파민에 절여져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평소에도 도파민 디톡스에 관심이 많아 비행기 모드도 사용하고 혼자 책을 읽어보려 노력했지만 힘들어서 한번 방문해 봤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엔 두려움이 많았지만 해보니 너무 좋은 것 같다"며 "휴가를 내고 왔는데 연휴 내내 짧게라도 계속 방문할 예정"이라고 만족감을 보였다.

'스마트폰 이용 금지' 규칙을 어기는 손님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직장인 김현정 씨(29)는 "휴대폰을 제출하는 순간, '이제 시작이구나'라는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견뎌보려고 한다"며 "휴대폰 없이 책 한 권을 다 읽고 집에 돌아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지인과 함께 이곳에 방문했다는 김종헌 씨(30)도 "평소에도 지하철에서 휴대폰을 되도록 안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뇌에 건강한 자극을 주고 책을 많이 읽기 위해 카페를 찾아오게 됐다"고 말했다.


도파민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애플리케이션(앱)과 상품 등에 대한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썸트렌드 조사를 보면, 스마트폰 중독을 제어하기 위한 앱 설치자 수는 올해 1분기 대비 4분기 들어 64% 증가했다. 도파민 디톡스 실천법 등을 담은 도서 구입량은 올해 1분기 대비 3분기 들어 1.5배 늘었다. 휴대폰을 정해진 시간 동안 투명한 보관함에 가두는 형식의 '스마트폰 감옥' 콘셉트 제품의 판매도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숏폼 등 자극적인 형식과 내용의 콘텐츠가 유행하는 것에 대한 위기감으로 도파민 디톡스를 실천하는 이들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용준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는 "요즘 성인 ADHD(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 환자가 점점 늘고 있는데, 이는 많은 사람이 자극적인 콘텐츠에 노출돼 집중력을 잃었기 때문"이라며 "도파민 디톡스는 아이부터 성인까지 전 세대에 걸쳐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도파민 디톡스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본인의 상태를 먼저 파악하는 게 중요한데, 휴대폰 사용 시간을 체크할 수 있는 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도파민 중독에 빠지게 되면 전두엽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도파민에 중독됐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는 것 자체가 다행인 일"이라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현재 사회는 양극단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미디어에서 더 큰 자극을 주는 도파민을 찾는 사람이 있고, 도파민 디톡스를 통해 긍정적인 방법으로의 새로운 도파민을 추구하는 경우로 나뉜다"며 "한때 유행했던 '갓생(god+인생·목표 지향적이고 생산적인 삶)' 살기의 일종으로 건전한 쾌락을 추구하기 위한 행동은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김세린/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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